한 여름 밤 할머니집 커다란 느티나무아래 너른 마당 멍석을 펴고 동네 아이들과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망망한 바다 위에 떠있는 외로운 섬 까만 하늘에 하얀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은하수의 신비로운 광경이 기억 속에 잠재되었다가 그림으로 드러냈습니다.어린시절 섬에서 할머니와 살았던 아름다운 기억과 내재 되었던 근원적인 정체성을 회화작업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작가의 삶과 작업 세계의 뿌리는 바다이고 섬은 작가의 운명과도 같습니다.특히 화면에 표현되는 대표 이미지는 두무진과 하늬바다인데 두무진은 백령섬에서 태어나 젊은 나이에 민족의 해방과 6,25전쟁을 온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아버지의 고난한 삶을 상징하고 승화되는 과정으로 아버지의 바다, 평화의 바다로 표현해 작업하였고, 하늬바다는 작가가 어린 시절 할머니와 살았던 진촌 동고몰 동네에서 가까운 바닷가이며, 동네 아이들과 하늬바닷가에서 놀며 바위에 앉아 바다를 그리던 날들과 한 여름밤 할머니 집 마당 멍석에 누워 까만 하늘에 은하수와 별을 세던 이야기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별 내리는 밤하늘을 표현하기 위해 무수히 물감을 뿌리고 칠하고 흘리고 찍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는 우주의 별들을 그립니다.
- 최정숙 작가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