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 of drawing is similar to the act of embarking on a journey."
“그린다”는 행위는 여행을 떠나는 행위와 비슷하다. 여행을 떠날 장소를 생각하고, 기대감과 설렘을 가득 안고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계획한다. 막상 여행을 떠난 후에는 매사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종종 실망하는 경우도 있고, 예상치 못한 일로 죽도록 고생하거나 뜻밖의 행운을 만끽하는 일도 생긴다. 그렇게 여러 일들을 겪고 돌아온 여행들은 각각의 제목과 이야기를 담아 추억 속에 배열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대략적인 이미지를 구상하고 스케치한다. 그러나 막상 캔버스에 그려나 가다 보면 당초 구상과는 다른 길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쩌면 나조차도 그림을 마치기 전까지 어떤 작품이 될지 모른다. 캔버스 속 세상을 구석구석 방황하다 보면 비로소 그림 속에 숨어 있던 특별한 순간의 이미지와 마주친다. 그러면 나는 캔버스 속 특별한 순간의 첫 방문객으로 방명록에 서명함으로써 그리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