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숲은 나만의 휴식공간이자 환상세계다. 썩은 부분과 잎의 간격 등 모든 것을 생생하게 그려내려고 한다. 하지만 내 그림에는 벌레가 없다. 즉, 현실이 아닌 환상이다. 하지만 환상적인 인공 숲에서 오는 이질감이 오히려 자연 숲보다 친숙하게 느껴진다.
지리학에서 장소와 공간은 구별되는데 공간이라는 개념에 애착이 더해진 것이 장소다. 나는 별 생각없이 여느 때처럼 인사동에 재료를 사러 갔다. 종로 도심 속, 빌딩들 사이 조성된 인공숲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나뭇잎 틈으로 비춰 들어오는 햇살과 청량한 색감의 풀들이 엉켜있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편안함이 나를 그 안으로 끌어당겼고 나도 모르게 앉아서 조금의 휴식을 취했다. 10분의 시간이 나를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10분 동안 인공 숲은 나에게 친밀감과 애정이 생기며 ‘공간’에서 ‘장소’ 가 되었다. 인공숲이 나에겐 자연숲으로 느껴질 만큼 친숙한 장소가 되었다.
- 조재령 작가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