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조 작가는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예술가이다.어렸을 때 부터 노래를 하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대학 때 물리를 전공하였고,싱가폴 유학을 다녀온 뒤로 그림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현재는 그래피티 기반으로 새로운 느낌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작품활동을 계속하면서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싶다, 하고 싶다는 말을 계속하면서도 여러 요건 때문에 그저 상상 속에서만 시도해 봤다. 현대 사회에서 그 누구보다도 하고 싶은 걸 하며 자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자리이지만, 그와 반대로 항상 경제적인 압박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오히려 더 부자유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는 것에 싫증을 느꼈고, 그것을 타파하고 계속해서 행동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규정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길거리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작업을 선보이는 것에 소신을 가지고 예술 행위를 이어온 ENZO작가의 회화 작업은 압축된 형태로 더 많은 관객을 만나려 한다. 다년간의 예술적 고민과 신념, 그래피티의 전통적 성격을 고수해 오던 자신만의 틀을 깨려는 심리적 변화는 깨지고 부서지는 폰트로 형상화하였다. 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쓰일 때가 많다. 그러나 ENZO작가의 작품에서 글자는 더 이상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으며, 어떤 규정이나 틀도 해체하려 하는 그래피티의 자유분방함과 반항적 기제를 표출하고 있다. 깨지고 부서진 글자 조각들은 점차 지층처럼 한데 쌓여 축적된 모습으로 변화한다. 여기에 자연스러운 컬러 그라데이션으로 안정감이 느껴지는 화면이 완성된다. 작가는 그간 화이트 큐브의 경계를 넘지 않기 위해 애쓰던 작가가 큐브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의 신념을 시각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 방면으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느껴본다면 그것이 품은 갈증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