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소유하는 행동은 기능의 필요성과 물질적 충족감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물은 내 행동의 대상이었으며 그 행동을 기억나게 하는 중개자입니다. 성찰하는 인간이라면 새로움 보다 과거의 기억이 더 소중할 것입니다. 새로운 첨단의 기능과 그럴싸한 시각적 만족, 그리고 경제적 풍요가 인간의 욕망을 더욱 강화시키곤 합니다. 반면에 작은 것에 대한 감각과 심성을 무력하게 하고 행복한 감정을 유발하는 소소한 과거의 기억을 빈약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그런 시류에 편승하거나 떠밀려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를 소유하는 행위는 가장 큰 물질 소비활동에 해당합니다. 새로움과 편리성, 첨단의 기능만을 생각한다면 자동차는 물질 만능의 현대사회에서 소비적 대상이 될 뿐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와 함께한 소소한 일상의 기억을 즐겁고 따듯하게 복원한다면 단순한 소비를 뛰어넘는 인간성 회복의 감정을 갖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오래된 자동차 모델, 화면에 산재한 낙서 같은 드로잉, 채색의 구축과 긁기를 통한 해체로 구성된 회화적 성과물이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는 촉매제가 되고 긴장감이 없는 편안한 느낌을 감상자에게서 불러일으키면 좋겠습니다.
- 김기훈 작가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