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는 주체와 타자 사이의 폭력에서 벗어난 사례로 별자리를 제시했다. 서로를 관측할 수는 있지만, 물리력은 행사할 수 없는 거리가 보장된다면, 인류가 별자리에 덧씌운 서사들이 별들에게 무해하듯 주체와 타자 사이의 관계도 무해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허나 현실에서 별과 별 사이의 거리감을 서로에게 투영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당장 코앞에 닥친 기후문제에도 파편화된 반응을 보이는 인류가, 이민자들과 성소수자들에게 여전히 혐오를 표하는 이들이, 정말로 별처럼 수많은 타자들과 화해할 수 있을까. 허나 그렇기에 우리에겐 더 더욱 폭로와 투쟁, 나아가 화해의 시공이 필요할 것이다.
- 장영준 작가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