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에게 눈에 띄었던 소재는 주한미군이 버리고 간 마대였다.
그가 캔버스 대신 선택한 아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마대는 올이 굵고 성긴 삼실로 짜여 있어 마대위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는 많은 고민 끝에 뒷면 뒤집어서 물감을 칠했고 마대 뒷면에서 삐져나온 물감이 앞면에 특별한 무늬를 만들어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하종현 작가의 독특한 기법인 일명 ‘배압법’이라는 기법이다.
그렇게 세계 미술사에 있어 유일무이한 예술세계가 탄생하게되었다. 물감 한색을 마대 뒤에서 밀어낸 연작 시리즈 ‘접합(Conjunction)’은 하종현을 단색화 세계의 거장으로 등극시켰다.
세계 경매시장에서 하종현의 작품은 낙찰률 94.29%(35점 중 33점낙찰)을 기록할 만큼 연이어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이게 다 그런 거예요. 마대에서부터 뒤에서 낸 이 물감들이, 마대의 형태에 따라서 이상항 형태, 꼬부라지는 형태도 나오고, 좀 굵은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가는 것도 있고, 뭐 여러가지 형태가 나오는데 사람의 얼굴도 똑같은 얼굴이 없잖아요. 자기가 자기의 얼굴을 가지고 나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