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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영 · Hwang So Young

들숨 날숨, 요가와 산수화

 

내 작업의 핵심어는 요가와 산수화이다. 함께 묶이기 어려운 이 두 영역이 내게는 하나로 다가온다. 미대 진학 후 서구 회화의 역사 속에서 현대 미술을 배우는 동안,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요가를 접하게 되었다. 요가 수행의 아름다움과 깊이에 빠지게 되었고 이 경험은 나를 현재 생업인 요가 지도자의 길로 이끌었다. 요가 수행에 몰두할수록 요가 수행과 그리기라는 행위가 별개가 아닌 하나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요가 수행은 그리기의 중단이 아니라 그리기와 동일한 과정임을 더욱 깨닫고 있다. 나는 호흡 과정의 들숨과 날숨, 들숨과 날숨 사이의 멈춤을 붉은 색과 흰 색으로 체험하게 된다. 몸과 자연, 몸과 세계의 만남이 호흡을 통해 들고 나는 과정은 다양한 붉은 색으로 느껴지며, 들숨과 날숨 사이의 정적과 합일의 느낌을 담은 멈춤숨의 과정은 흰색으로 나를 압도한다. 붉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지는 분홍의 세계에서, 몸의 골격과 근육의 움직임이 호흡과 명상의 세계를 가로지르며 펼쳐진다.

 

2019년부터 작업을 이어온 <잃어버린 산수화>는 학교 수업에서 만나게 된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내게 불러일으킨 강렬한 감각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고전 미술 작품으로, 감상 대상으로 정선의 산수화를 만난 것이 아니었다. 요가 수행으로 깨어난 나에게 <인왕제색도>는 강렬한 몸의 감각을 동반하였다. 정선의 산수화 속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회화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당시의 나의 호흡은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드러내는 호흡과 일치하였으며, 내 호흡과 나의 몸이 가고자 하는 선명한 방향성을 체험하였다.

 

<잃어버린 산수화>는 전통산수화의 이론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캔버스 위에 몸의 흔적이 유화로 체화된 나의 산수화는 기존의 동양화의 필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나는 전통의 계승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지 않다. ‘잃어버린이 뜻하는 것은 그런 무거운 짐 혹은 이미 존재하는 이론을스스로 내려놓음 혹은 스스로 잃어버렸음을 뜻한다. 현대인의 삶이란 어쩌면 자연과의 합일이나 세계와의 만남을잃어버린상태일 것이다. 또 이처럼 잃어버린 상태로부터 나의 호흡과 몸의 감각을 예민하게 갈고 닦아서 자연/세계의 호흡과 나의 호흡을 일치시키는 수행의 과정이 <잃어버린 산수화>이다.

 

나는 눈과 수정체 망막을 거쳐 분석되는 시각과정과 약간 거리를 둔 채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틈틈이 요가 수행을 하고, 그림을 등지고 돌아서서 그림의 기운을 느껴보려 애쓰기도 한다. 그림을 그릴 때도 등 뒤에 마음을 두고 그림을 그려보려 한다. 이는 온몸으로 세상과 감응하려는 나만의 방식이다. 나는 눈으로 보는 세상보다 훨씬 더 큰 세상이 나를 감싸고 있음을 느낀다. 시각을 넘어서는 감각들, 즉 몸의 다양한 부분들이 보내주는 감각들로 세계를 파악하고 느끼려고 한다. 내 몸의 장기와 내 몸의 골격들, 내 몸의 피부와 내 안의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느껴지는 감각들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