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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만 · Kang Ji Man

꿈과 환상, 그리고 소박한 일상의 따스함

강지만의 그림은 시골 생활에서 겪는 여러 상황들그리고 그곳에서 관찰한 것들에 자신의 환상꿈 등을 슬쩍 포개어 놓았다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동선에서 잡힌 풍경이자 그 안에 작가가 부풀려낸 환상이거나 소박한 소망이의 이미지다전원에서 보내는 한적하고 호젓한 생활의 편린이 감촉되는 그림은 정겹고 따뜻하다마당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여유 있는 오후의 시간이거나 논둑길을 강아지고양이와 함께 거니는 장면 혹은 어두운 시골길에 손전등에 의지해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가 하면 해바라기가 가득 핀 마당에서 강아지를 목욕시키는 장면적막한 한 낮의 시간에 할머니와 스치며 지나치는 풍경부인과 함께 자신이 기르는 개고양이들을 태우고 운전을 해 어디론가 여행을 가거나 거친 바람을 맞으며 스쿠터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 등이 그가 보여주는 그림들이다마치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만화혹은 삽화처럼 그려진 이 그림은 작가만의 독특한 캐릭터유머이야기 등을 풍성하게 드리우고 있다무엇보다도 얼굴을 몸에 비해 과도하게 크게 설정해 그리고 그 안에 풍부하고 재미있는 표정을 얹혀놓았으며 상대적으로 작은 손과 발이 보여주는 특별한 동작 등이 그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실세계의 예민한 관찰로부터 파생된 이미지들은 작가의 심성 속에서 필터링 돼 새로운 주인공의 형상을 빌어 다시 출현하고 재구성된다지난 과거의 시간을 호출하고 그 이미지를 각색해 또 다른 세계를 가설하고 있는 것이다이미 지난 시간의 상황들이 다시 재구성되고 고정된 이미지를 통해 영원히 봉인된 것이기도 하다그러자 사라진 순간의 추억기억이 매력적인 이미지로 응고되었다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우발적인 사건 속에서 삶을 지속하고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산다그 하루하루가 생의 지도를 그린다작가는 자신의 하루일상의 어느 한 장면을 대상으로 해 그것을 모종의 감성적인 으로 제작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인양 보여준다자기 삶에서 본 것들을 채집/수집하고 그것을 기억분류한 후 그것을 이상적인 하나의 장면으로 구성한다결국 작가의 그림은 자기 몸 밖의 사태/사건에 대한 끊임없는 반응과 감응의 이미지화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도 있다.

 

삼합 장지의 표면에 돌가루를 이용해 거칠고 견고한 바탕을 만들었다그래서 화면/피부는 촉각적으로 일어서있다작가는 견고하고 두툼한 질감을 지닌 바탕 면을 구축하고 싶어서 돌가루 입자를 균질하게 화면에 도포하였고 그 위에 분채를 올려 그렸으며 붓질을 촘촘히붓촉의 결/신체성을 그대로 하나씩 살려서 궤적을 남기는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비록 모필 만이 보여주는 선의 맛그 필의 궤적이 홍건하게 감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채색화임에도 불구하고 붓의 맛붓의 결이 까슬까슬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마치 화면에 스크래치를 일으켜 만든 흔적처럼 선들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는 그림이다채색화에서 선이 공존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모색 같기도 하다이는 그저 색을 칠한다기보다는 마치 드로잉을 하듯붓을 계속해서 움직여나가 그 단속적인짧게 끊어지는 선으로 색 면을 채워나가는 기법이기도 하다그로인해 색과 선이 동시에 공존하는 형국이 되었다아울러 저 하나하나 살아나는 선은 대상을 재현하거나 묘사지시하기 보다는 대상 안에서 모종의 감정을 은밀하게 불러일으키는 신호처럼 자리하고 있다보는 이의 시선을 마구 건드려주는 것이다다시 말해 예민한 선들이 직립하고 뒤척이고 흐느끼듯이 촘촘하게 놓이다보니 그 선이 바라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자꾸 문지르고 있다는 얘기다나로서는 다만 그 선의 맛이 전체적으로 균질하게 펼쳐지기 보다는 대상에 따라 다른 맛도 보여주고표면의 질감효과 역시 일률적이 보다는 보다 회화적으로 풍성하게 전개되고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보르헤스가 말하듯 예술은 하나의 인공적인 꿈이다그것은 눈을 뜨고도 꾸는 꿈이기도 하다작가는 주어진 현실계에서 행복한 어느 한 순간을 간절히 추억하고기억하고 이를 채집해 화면위로 호명한다그러자 지난 시간의 한 순간이 새로운 몸을 빌려 환생한다그곳에는 소멸된 시간이 불멸하고 지난 시간이 다시 역류하여 흐른다다시 그 시간은 유머와 해학성으로 단장하고 현실의 고단함과 온갖 근심을 망실시키며 따뜻하고 아름다운 동화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찰나적인 어느 순간을 영원히 응고시키며 나앉아 있다격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은 이처럼 지난 시간을 하나의 결정적인 이미지로 일으켜 세워 시간에 저항해왔다동시에 작가는 단지 지난 시간을 박제화하기보다는 지난 시간에 개입해 또 다른 상황을 덧입히면서 시간의 흐름기억의 흐름을 역류시키는 모색도 시도하고 있어 보인다바로 그 점이 향후 작업에 있어서는 매우 의미 있는 지점이 될 것 같다.